양자컴퓨터 전쟁

미국과 중국이 현재 치열하게 벌이고 있는 경제전쟁 중 양자컴퓨터가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미국은 이미 2018년에 백악관 직속 국가양자조정실을 신설하고 입법화해 ‘양자법’까지 만들었다. 지난해는 민간주도의 양자경제개발연합체를 구성해 구글, IBM 등 140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국가 주도 경제인 중국은 ‘2030 국가전략구현 6대 중대 프로젝트’로 ‘양자 굴기’가 돋보인다. 세계 최강 두 국가가 양자컴퓨터를 둘러싼 경쟁에 돌입한 형국이다.

 

먼 미래로 생각됐던 양자컴퓨터가 실용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양자컴퓨터 혁명이 비즈니스화 단계에 도달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대처할 때라는 얘기다. 기업이 이를 무시하면 PC 혁명, 스마트 폰 혁명, SNS 플랫폼 혁명 같은 ‘승자 독식’에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대 산업구조이기 때문이다.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의 연산개념인 0, 1의 2개 비트보다 더 많은 새로운 양자(0, 1을 통합한 큐비트)를 통해 처리용량의 혁명을 만들었다. 기존 컴퓨터로 10억 년 걸리는 계산식을 1분 안팎(100초)에 풀 수 있다.

 

따라서 복잡하고 불투명한 경영예측과 검증을 쉽게 수치화할 수 있게 됐다. 불확실한 사업 환경에서 효과적인 전략적 의사 결정이 가능하게 됐다. 예컨대 특정 주식이 앞으로 오를 것인지 내릴 것인지를 복잡한 리스크 변수를 모두 시뮬레이션으로 넣어 계산해 훨씬 정교한 예측을 할 수 있다.

 

또 유통업체에서는 배송 루트, 시간의 최적화를 위한 수많은 조합을 순식간에 계산해 유효값을 도출할 수도 있다. 실제로 최적값을 추출하는 방식을 이용해 금융, 기상 분야에서는 이미 양자컴퓨터가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알파고와 이창호의 바둑 대결’에 쓰인 기계 학습과 AI 분야가 양자컴퓨터 응용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뿐만 아니라 복잡한 구조의 소재개발 등 화학산업에서도 매우 유용하다. 당장 금융, 화학, 교육, 제약, 게임, 유통, 물류, 건축, 헬스 산업에서 필수 도구가 될 전망이다.

경제, 산업에서 가장 싫어하는 것이 불확실성이다. 주식시장에서 불확실성이 갑자기 생기면 폭락하고 이게 사라지면 바로 폭등하는 이유다. 그런데 양자컴퓨터가 이런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획기적인 도구가 될 수 있어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산업화 과정을 보면 혁신기술이 탄생했을 때마다 기업은 ‘기회와 위협’의 분수령에 서게 마련이다. 기업들이 자사의 기술 로드맵에 양자컴퓨터를 추가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드는 방법은 수없이 많다.

위협도 마찬가지다. 수백 년 문제없던 기업들이 혁신기술 출현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생사의 갈림길에 내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 폰의 등장으로 코닥, 후지필름, 캐논 등 카메라산업이 뿌리째 흔들린 사례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모든 기업이 양자컴퓨터 기술을 연구하고 확보할 수는 없다. 다만 산업적인 생태계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때라는 지적이다. 양자컴퓨터 기술자는 필요 없다 해도 경영, 기획, 사업 부서에 양자컴퓨터 전문가를 배치할 필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신규사업뿐만 아니라 기존사업에 이를 응용해 최적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 다가오는 혁신기술의 위협을 피하고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최로엡 loep@scorep.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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