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1억 명‘애플 마니아’가 고대하는 날이 하필…

9월 셋째 주 금요일.
전 세계 1억 명에 달한다는 애플 마니아들이 매년 고대하는 날이다. 올해 신제품은 화면 비중의 노치 디자인이 어떻게 나올까? 카메라의 손 떨림 방지기능은 얼마나 확대될까?
그러나 애플의 팀 쿡 CEO 관심사는 이런 마니아의 혁신 기술 기대와는 딴판이었다. 아이폰 신제품 발표날이 다가올수록 그는 생뚱맞은 고민에 빠졌다. 제품 이름 때문이었다고 한다. 미신을 근거로 한 이유라 더 놀랍다.
지난해 ‘아이폰 12’를 출시하면서 올해는 ‘아이폰 13’이라는 제품명이 유력시된다. 신상품은 매년 번호순서로 선뵌다. ‘13의 금요일’ 저주에 딱 걸렸다. 고층아파트에 13층을 없애는 것과 같다. 애플은 그간 소프터웨어(iOS13)나 맥북(13인치)에서 이런 미신을 무시했다. 그러나 애플의 상징인 아이폰은 막판 미신까지 고민할 수밖에 없을 만큼 사업 비중이 커 예민해졌다. 일부 마니아도 13자가 들어간 아이폰은 꺼린다. 중고전자제품 공급업체인 Sell Cell 설문 조사(3천 명)에서 아이폰13 이름은 께름칙하다는 반응도 18%나 된다고 한다.
애플의 최대 경쟁업체인 삼성전자도 사업상 미신에 신경 쓴다. 창업자인 이병철 회장은 신입사원 면접에서 점쟁이와 함께 관상을 보고, 직접 ‘갑, 을, 병’ 점수를 매긴 일화가 많다. 병을 받으면 아무리 점수가 높아도 떨어뜨린다. 이 회장이 평가한 ‘병’은 사람을 배신할 관상의 응시자이기 때문이다.
사옥을 지을 때도 까다롭다. 물이 흘러내리는 언덕배기의 터는 금기시 했다. 삼성뿐만 아니라 웬만한 기업들의 사옥을 보면 이 기준을 지킨다. 언덕에 우뚝 서 있던 삼풍백화점이 붕괴되 망한 것도 이런 풍수지리를 무시해 생긴 일로 해석한다.
혁신 기술로 만든 신상품도 시장에서 번번이 나자빠지기 일쑤다.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써서 내놔도 본전 찾기 힘들 때가 많다. 오죽 사업이 불투명하면 한 대기업 왕회장은 “외도할 때도 사업이 잘되는 운 좋은 x이 있고, 안 되는 운 나쁜 x이 있다”고 푸념했을까. 사업하는 사람은 ‘운칠 기삼’이 아니라 ‘운칠, 운삼’이라고 한다.
올 2분기 시장 점유율이 삼성전자, 샤오미에 이어 3위까지 밀린 애플의 팀 쿡.
혁신 기술을 근거로 한 제품의 이름을 내놓든, 미신을 근거로 한 이름을 내놓든, 또 한 번 불투명한 사업세계의 승부를 운에 맡길 수밖에 없는 걸까?

최로엡 loep@scorep.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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