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엔 제삿상 아닌 (茶)차례상

많은 가정들이 명절 아침에 차례상이 아닌 제삿상을 차린다.

이는 명절 차례문화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됐다.

그렇다면 차례상과 제삿상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21일 한국국학진흥원에 따르면 차례(茶禮)는 설과 추석 등 명절이 돌아왔음을 조상에게 알리는 의식이다.

이 때 차(茶)를 올렸던 습속에서 유래된 용어가 차례이다.

반면, 제사(祭祀)는 고인의 기일에 조상의 영혼을 모셔 와서 음식을 대접하는 의례이다.

그래서 명절 차례상에는 차가 중심이 되고, 기일 제사상에는 각양각색의 음식이 차려진다.

김미영 한국국학진흥원 수석연구위원은 “차례는 조상에게 예(禮)를 올리는 간단한 의식이고, 제사는 기일을 맞은 조상의 영혼을 기리고 달래는 추모의례이다”라고 말한다.

예법 지침서인 주자가례(朱子家禮)에도 차례상에는 술 한잔, 차 한잔, 과일 한 쟁반을 차리고 술도 한 번만 올리고 축문도 읽지 않는 것으로 돼 있다.

이렇듯이 원래 간결했던 차례음식이 경제적 여유가 생겨나고 유통구조가 발달하면서 점차 늘어났다.

그러다 보니 우리사회에서 차례상은 사라지고 제삿상만 남게 됐다.

하지만 전통 격식을 지키는 종가에서는 지금도 술, 떡국, 전 한 접시, 과일 한 쟁반 등 주자가례의 원칙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차례상을 마련한다.

이에 비해 세세한 예법이나 격식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일반 가정에서는 차례라는 형식만 따를 뿐 조상을 잘 대접하고 모신다는 생각에서 여러가지 음식을 마련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많고 크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통예법에서는 모자라는 것보다 넘쳐나는 것을 경계했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차례상에 술과 과일 등 간단한 음식을 차리지 않고 제사음식을 잔뜩 올려놓으면 ‘참람(僭濫, 지나치거나 넘치는 것)’이라고 해서 ‘비례(非禮, 예가 아니다)’로 간주했다고 한다.

한국국학진흥원 관계자는 “차례상의 본래 모습을 되살린다면 예법도 지키고 차례음식 장만을 둘러싼 가족 갈등도 해결할 수 있다”면서 “그런 점에서 올해부터라도 차례상에서 제사음식을 과감히 걷어내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황지운 기자(hwang.jiun@scorep.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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