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은사 초청 오찬…”혼낸 선생님에 감사한 마음 사무쳐”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원들과 자신의 은사 등을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하며 감사를 표했다.

윤 대통령은 오찬에 앞서 이 자리에 참석한 은사 세분과의 일화와 학창시절 추억을 한참 동안 풀어놓으며 회상에 젖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윤 대통령 초등학교(서울 대광국민학교)은사인 손관식, 이승우 선생님과 고교(서울 충암고)3학년 담임이었던 최윤복 선생님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우선 은사들에 “원래는 따로 좀 조용히 모셔야 되는데 많은 일정으로 다니다 보니 오늘 이곳에서 함께하게 됐다. 불편이 없으셨으면 한다”고 양해를 구했다.

이어 “부모님의 사랑도 크고 깊지만 아무것도 모르던 코흘리개 시절 선생님들의 맹목적이고도 무한한 사랑과 은혜를 입어 성장하고, 은사님들의 사랑과 격려 덕분에 공직에 헌신하고 이 자리에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윤 대통령은 또 “학생들에 베푸는 무한한 사랑에 학생은 늘 감사해야 한다”며 “국가 차원의 교육정책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교육현장인 학교에서의 선생님의 사랑이고, 또 사랑을 받는 학생들은 선생님께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은혜를 입고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사회를 위해 일하고 온전한 가정을 이끌며 국가에 헌신할 수 있겠나”고 반문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지금 우리 사회가 선생님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얼마나 잘 뿌리내리고 있는지 잘 알 수는 없다”면서 “어쨌든 선생님한테 혼도 나고 해야 기합도 주시고 야단 치신 선생님이 제일 많이 생각나고, 감사하는 마음이 늘 사무치게 자리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은사들과의 일화를 하나하나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초등학교 3~6학년 동안 보이스카웃 지도를 해준 손관식 선생님을 소개하며 “선생님에게 일주일에 한번씩 노래며, 스카우트 매듭 같은걸 다 배웠다”며 “또 매주 토요일은 서울 근교 산을 찾아 체력도 단력하고 휴지도 줍고 이런 봉사활동을 계속 이끌어 주셨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5,6학년 담임이었던 이승우 선생님에 대해선 학급 신문을 만들던 추억을 소재로 이 선생님의 열정을 부각했다.

윤 대통령은 “5학년 때 학급신문을 만들기로 하고 제가 편집을 맡아 신문을 발행하는데 친구들이 기사를 꼭 전전날쯤 가져오더라”며 “이걸 선생님께 갖다 드리면 철판에 필경을 직접해야 해 선생님은 밤을 꼬박 새셨다. 이걸(기사를) 한달에 두번씩 전날에 드리니까 (선생님은) 밤을 꼬박 두번씩 새셨다”고 회상했다.

이어 “6학년이 돼서 또 선생님 반에 가게 돼 신문을 또 냈기로 했는데, 이번에는 원고를 좀 일찍 갖다드리겠다 했는데도 결국엔 또 전날에 매번 갖다 드렸다”고 하며 웃었다.

5학년때 만든 신문은 이름은 ‘한마음’, 6학년 학급신문은 ‘사랑의 교실’이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이 신문들을 모두 모아뒀다 검사가 된 후 신문을 학교 행사에 갖다줬는데, 이후 신문의 행방은 어찌됐는지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후회가 많이되는데, 가지고 있을걸”이라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고3담임과 학급 친구간에 ‘개근’으로 얽힌 이야기도 소개했다.

윤 대통령에 따르면 최윤복 선생님은 10년간 고3담임을 맡아왔는데, 맡은 학급 학생들 전원이 10년 연속 개근이었다 한다.

담임 선생님께서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학생들에게 “무리하게 개근하려 안해도 된다”고 선언을 했다며 그 배경을 풀어놨다.

윤 대통령은 “저희 반 학생 하나가 집안이 어려워 건축공사장서 일을 하다 미끄러져 의식을 잃었는데 병원에서 부모보다 담임 선생님을 먼저 찾아 담임 선생님이 응급실로 간거죠”라며 “이 친구가 의사 선생님한테 ‘내일 학교 가야된다, 개근해야된다. 나 때문에 우리 선생님 기록 깨진다’고 한거다. 그래서 선생님이 다음날 우리한테 ‘기록이 중요한게 아니다. 이걸 없애겠다’ 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선생님이 이제 입학시험도 얼마 안남았으니 수업보가 각자 정리할 것 하고 며칠 학교 안나와도 좋으니 시험 준비하라고 해서 이제 저희가 입시에서 그 친구 도움을 받은 것 같다”라고 눙을 치자 오찬장에선 웃음이 터졌다.

윤 대통령은 “돌이켜보면 이런 선생님들을 만났기 때문에 우리가 크게 대과 없이 사회생활을 할 수 있고, 자식들도 키우고 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다’는 스승의 노래 가사를 언급하며 “배울 때는 모르지만 나이가 들고 후배를 가르쳐보고 그래야 (은혜를) 깨닫게 되는 것 같다”며 “1년에 오늘 하루라도 이렇게 생각하는 날을 갖는 게 참 인생살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오찬장인 대통령실 자유홀 한쪽 벽면은 학생들의 그림과 낙서 등으로 채워진 교실 칠판으로 꾸며졌다.

김주용 기자(jykim@scorep.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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