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맨 열전③엉뚱한 사람(?)에게 한 성깔을 보여준 이재용

2016년 10월 24일 밤 8시 JTBC 뉴스룸에서

손석희 앵커의 태블릿PC보도가 터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정국을 이끈 최순실(최서원) 사태의 폭발점으로

광화문 촛불사태로 확산됐다.

JTBC홈페이지서 캡처한 손석희 앵커 방송 화면

삼성그룹이 펄쩍 뛰었다. 이재용 부회장이 이 보도에 크게 화를 냈다는 전언이었다.

JTBC에 대한 삼성그룹 광고와 협찬이 즉각 끊겼다. 중앙일보도 마찬가지였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을 제외한 국내 대부분의 언론매체도 처지가 비슷하지만

삼성그룹 광고와 협찬 비중은 당시 JTBC와 중앙일보도 광고·협찬 매출의 1/3 안팎을

차지할 정도로 엄청나게 컸다. 전체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었다.

JTBC와 중앙일보는 이재용 부회장의 외삼촌인 홍석현 회장의 소유 회사다.

그의 어머니인 홍라희 여사의 남동생이 바로 홍석현 회장이다.

누나 흥라희 여사(우)와  남동생인 홍석현(좌) 중앙홀딩스회장

손석희 앵커가 뉴스의 전권을 쥐고 이끌던 JTBC는 연일 이재용 부회장과 최순실의

관계 폭로까지 멈추지 않았다. 삼성그룹 임직원들은 안절부절이었다.

2016년 연말 인사를 앞두고 이재용 부회장 측은

“손석희 앵커가 JTBC에 있는 한 삼성 광고와 협찬을 재개할 수 없다”는 얘기를 흘렸다.

손석희 앵커가 결국은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도 흘러 나왔다.

그러나 홍석현 회장은 뜻밖에 연말 인사에서도 그를 교체하지 않고 유임시켰다.

JTBC 내에서는 홍석현 회장이 그를 터치하지 않는 한

어느누구도 손석희 앵커가 진두지휘하는 뉴스룸을 털끝하나 건드릴 수 없는 절대적인 구조였다.

일반적인 언론사는 광고국에서 이런 저런 일로 편집국에 협조(?)를 많이 구한다.

하지만 JTBC에서는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홍석현 회장의 신임을 듬뿍 받고  있던 손석희 앵커가

회사의 매출 등을 고려하지 않고 오직 뉴스로만 승부를 걸 수 있었다.

사실 홍석현 회장이 손석희 앵커를 영입할 때 일화가 있다.

홍석현 회장의 삼고초려 끝에 MBC 출신 손석희 행커가 승락했을 때

그는 한가지 약속을 받아냈다는 전언이다.

“내가 JTBC에 들어가서 삼성그룹을 조져도 되겠습니까? ”

“좋다. 나에게 아버지 같은 이건희 회장만 건드리지 말고, 그외는 삼성그룹의 그 누구를 건드려도 된다.

다만 조지는 것도 비난은 말고 비판을 해라.”

JTBC 홈페이지 화면 캡쳐

언론인 손석희 앵커는 이 밀약을 성실히 이행한 걸까?

홍석현 회장이 이건희 회장만 건드리지 말라는 말은 ‘오너 일가’라는 뜻이었는데도

이재용 부회장은 조져도 괜찮다는 것으로 손석희 앵커가 잘못 해석한 것은 아닐까?

아무튼 JTBC와 중앙일보의 광고 담당자들은 멘붕상태였다.

연말에는 어떻게든 오너들간 광고 문제를 풀고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완전히 무너졌기 때문이었다.

이후 곳곳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외삼촌인 홍석현 회장에게 섭섭함을 드러난 사례가 생겼다.

더구나 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삼성과 JTBC의 껄끄러운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멀지 않은 가족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이재용 부회장의 한 성깔을 드러내는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그런데 삼성과 JTBC처럼 삼성과 한겨레의 데자뷰도 있었다.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그룹 X파일 사건때였다.

2007년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법률팀장 출신인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의 불법로비 실태를 폭로한 사건이 있었다.

이때는 이재용 부회장의 아버지인 고 이건희 회장이 한겨레의 보도에 대노한 일이 있었다.

2007년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 출신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로비 X파일 폭로 기자회견 모습

이때 이건희 회장은 한겨레 보도에 대해 “광고를 주고 얻어맞을 바엔,

차라리 광고를 주지말고 얻어 맞으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국내 재벌기업으로서 언론과 싸우기는 쉽지 않았던 시절이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은 결기를 보였다.

이후 현재까지 삼성그룹은 한겨레 신문사에 광고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버지때 한겨레 관계와 달리 JTBC와의 관계는 조금 더 다르다.

이재용 부회장으로서는 가까운 외삼촌과 섭섭함의 가족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5년 넘게 화해하지 않고 껄끄러운 관계를 지속하는 것은 쉽지 않다.

어머니인 홍라희 여사도 있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가석방 되기 전인 얼마전 감방에 있을 때

홍석현 회장이 면회를 가겠다고 전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은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 싶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누가 봐도 인간적인 앙금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

김중석 stone@scorep.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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